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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휴대폰을 압수 하다|Ft. 바보상자 TV는 어디로 갔을까 본문

迷惑/한 발 늦은 육아 일기

딸내미 휴대폰을 압수 하다|Ft. 바보상자 TV는 어디로 갔을까

미혹&Nomad 2018. 7. 12. 18:11


어젯밤 딸내미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너가 휴대폰이 필요 없다고 생각될 때 다시 줄게"


발단은 역시나 숙제였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학교 방과 후 수업 외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 딸내미에게 숙제는 학교 숙제와 집에서 하는 수학 문제풀이 하루 세 장이 전부이다.


(조선 일보를 싫어하지만, 가장 맞춤한 이미지라 어쩔 수 없이...ㅠㅜ)


수학 문제풀이 세 장이 많은 양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딸내미가 방과 후를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은 보통 2시 반에서 4시 반. 


간식을 1시간 먹고 잠시 쉰다고 하다가 과학 소년류의 잡지도 보다가, 아빠가 오면 같이 저녁을 먹는다. 따님의 저녁 식사는 보통 7시 반에서 8시 넘어까지 이어진다.


다시 조금 휴식을 취하겠다고 하고 9시쯤 숙제를 시작해서 매일 10시 반쯤까지 자기 방에서 무언가를 한다. 10시 반은 엄마 아빠가 자자고 정해놓은 시간이다.


하지만 결과는 매 번 숙제를 덜 했다. 

심지어는 학교 숙제도 안 하는(못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이 휴대폰이다.

간식 먹고 쉰다고 할 때도, 숙제한다고 방에 있을 때도, 요즘은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들어간다.


숙제 때문에 검색을 한다고, 친구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음악 좀 틀어놓고 한다고...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항상 눈에 뜨인다.


'숙제만 해놓고 마음대로 놀아~'

'지금 숙제하고 노는 거랑, 먼저 놀고 늦게까지 숙제하는 거랑 뭐가 다르지? 노는 시간인 비슷하고 더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을 텐데?'

'엄마 아빠도 계속 숙제 다 했니?라고 묻기 싫어. 숙제만 하고 놀자'


이런 얘기들을 당부로, 권유로 여러 번 했지만 혼을 내면서까지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결정한 것이 휴대폰 압수!


초등학생 휴대폰 관련 검색을 해보면 절대다수는 청소년용 휴대폰 광고이고 나머지는 모두 위 이미지와 같은 폐해에 관한 뉴스이다.



초등학생 고학년의 86.4%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휴대폰 중독까지...


딸내미처럼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라고 해도 하루 평균 4시간이면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거의 모든 순간에 휴대폰을 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이 이렇게 오래 사용하고 있으니 내 아이도 마음대로 쓰게 해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사용 시간보다는 사용 순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교 후 집에 와서 4시간을 스마트폰과 놀다가 8~9시가 되어서야 숙제를 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어떻게 봐도 맞지가 않다.


인지하고 있는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챙기는 것'과,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의 욕구에 밀려 자꾸만 미뤄 놓는 것은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아빠가 바라는 것은 숙제를 1시간에 끝내건 10분에 끝내건 할 일을 해 놓고 놀아라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105207)


딸내미에게 폰압을 통보하고 나서 갑자기 TV에 매달리던 어릴적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컴퓨터 모니터만큼이나 될만한 사이즈의 흑백 스크린에 나오는 만화영화가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그때 어른들이 나무라면서 했던 말도 대동소이했던 것 같다.

"TV만 보고 있으면 나중에 커서 바보된 다" ㅎㅎㅎ

동네에 몇 개 없던 TV는 이제 집집마다 방방마다 하나씩 있는데, 채널은 몇십몇 백개로 늘어서 볼 것도 많은데 왜 요즘은 바보 TV를 찾는 어른들이 사라졌을까?

혹시 어른들의 관심사만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진 게 아닐까?
아이들의 욕심에 따라가지 않는 자식들을 나무라는 매개체로 말이다.

혹시 딸내미가 휴대폰이 없어도 숙제를 하지 않고 있다면, 숙제 안 하고 독서하고 있다고 딸내미를 뭐라고 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

"휴대폰 이제 못 써? 그럼 나는 어떻게 스트레스 풀어?"


딸내미의 마지막 한 마디가 사래라도 걸린 것 마냥 목구멍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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