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迷惑/한 발 늦은 육아 일기

Epitaph - King Crimson|ft. 부모의 자격과 역할에 대한 단상

미혹&Nomad 2018. 2. 21. 19:07

Epitaph - King Crimson|ft. 부모의 자격과 역할에 대한 단상



집에서 혼술을 할 때마다 휴대폰에 있는 노래를 듣는다.

TV는 침실에 있고, 거실 식탁에서 술을 마시니 심심한 김에 분위기도 살릴 요량으로 틀어 놓는 것이다.


지난 달 어느 저녁, 어김 없이 혼술을 하며 듣던 노래 중 King Crimson의 Epitaph (묘비명)에 꽃혔다. 

한 잔 마시고 듣고, 또 한 잔 마시고 다시 듣고,를 무한 반복하던 중 대학교 과동기 K의 문자를 받았다.


K 어머님의 부고 소식이었다.



1)

K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친구로 알고 있었다.

조문을 하기 전 장례식장 앞에서 한동안 서성거렸다. 절을 해야할 지 묵념만 하는 것인 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유족의 설명을 들은 후 조문을 하고 K와 맞절을 했다.

K는 대학 졸업후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부모님이 하시던 자원산업(고물상?)관련 일을 했다고 했다. 
그나마 잘 되지 않아서 어려워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온라인 마케팅 관련 강사일을 맡았고,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학부에 있을 때도 기타도 잘 치고 선후배에게 인기가 많았던 친구라 강사일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전화위복이랄까...
사람 일이란 참 모를 일이다.

Epitaph(묘비명)를 듣는 중에 받아 든 친구 부모님의 부고 소식에 기분이 싱숭해졌다. 따다닥.... 한 병을 더 마실 수밖에 없었다.


(출처: http://www.thedorkreport.com/wp-content/uploads/2013/01/)



2)

C는 내가 중학교 올라갈 때 쯤 뒷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올 때 어떤 사연이 있었는 지는 몰라도 장남이었던 C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촌동네 앞 뒷 집에 살던 또래였던 우리는 급격하게 친해졌고, C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같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 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닐 동안 그는 학교 소사, 파출소 소사 등의 일을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울산 자동차 공장의 협력업체에서 일했고 곧 조장, 반장을 달았다.


동생 세 명을 키우고 시집 장가를 보내고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리고 30대에 사장이 되었다. 

한 번은 몇 억의 부도도 맞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사업으로 자산가가 되었다.

내가 아는 한 촌동네 출신 동기들 중에는 가장 부자다. 법관이 된 친구도 교수가 된 친구도 있지만 자산으로는 가장 부자다.


개천에 용이 난 것이다.


1월 말, C의 아버님 부고를 받고 울산으로 갔다.



3)

친구 부모님의 장례에는 항상 친구들이 상여(喪輿)를 멨다.

20대 때부터 멘 상여를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친구들이 상여를 멘다.

머릿수가 많아서 인가...


C의 아버님 상여도 어김없이 우리가 멨다.

어깨와 허리가 아팠다.

아침부터 소줏잔을 비웠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90678)


하관(下棺)을 하던 중 친구가 서럽게 울어댔다.

아무래도 하관할 때가 고인의 상실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때여서 그럴 것이지만 너무나 서럽게 울었다.


C는 부모의 문제로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가정에서의 모습이 어땧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보기엔 부모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모습일 수도 있었다.


C의 서러운 울음의 출처를 가늠할 수 없었다.



4)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C의 울음에 대해 이야기 했다.

부모의 도움없이 컷지만 자수성가한 C의 이야기와 그 서러운 울음에 대해, 선배 J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의 자격과 역할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역할의 수행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는 부모에 대한 마음을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얼까.


내가 어떻게 하건 내 아이의 장래 모습이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면... 


부모는 자격이 되었을 때 자식을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적어도 아이가 원하는 만큼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경제적 서포트가 가능하고, 인성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빠도 이번 생에 부모가 처음이라 모든게 서툴러, 아직은 좋은 부모가 못 될지도 모르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어,라고 딸래미에게, 나에게 이야기 한다.



5)

한동안 Epitaph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도입부의 웅장한 듯한 슬픈듯한 느낌에 중독된 것 같다.


Confusion will be my epitaph...

But i fear tomorrow i will be crying,

Yes i fear tomorrow i will be crying


나의 묘비명엔 무슨 문구가 적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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