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迷惑/한 발 늦은 육아 일기

체벌, 그 금기의 강을 건너다

미혹&Nomad 2020. 4. 7. 14:35

2020년 4월 2일, 아니 밤 12시가 넘어 4월 3일이었을 것이다.

 

그 날, 나는 악마가 되었다.


여느 날과 같이 안방에서 TV를 보며 투닥거리던 아이 엄마와 아이의 언성이 높아졌다.

둘 사이의 말다툼이 듣기 거북했고, 그중 튀어나온 아이의 말투가 언짢았다.

 

시작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시작되었다.

 

거실로 아이를 불려내온 나는 아이가 조금만 더 예의 바르길 바랬다.

타이르고 주의를 주면 받아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잘 못 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더 중요했다.

 

서로의 입장만 반복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지친나는,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아이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사이 겉옷을 걸치고 집을 나갔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대화를 피하는 아빠가,

아이의 입장은 듣지도 않고

자신의 훈계만이 정답이라고 우기는 아빠가 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서 친구랑 통화를 하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데려온 아이를 보고 안심을 한 건지,

그만둘 수 있는, 멈출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화가 풀리지 않은

혹은 아이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하는 아빠를 보며

아이는 조금도 수그리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고

나는 그만 파리채로 롱패딩을 입은 아이의 등을 두 대나 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악마가 되었다.

 

아이의 겁에 질린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말리는 아이 엄마의 손을 풀고 필사적으로 현관문 손잡이를 열려고 하던,

악마로부터 탈출하려던 아이의 모습이 각막에 새겨져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아이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혼자 살 수가 없으니,

밥 만주고 재워만 주고 옷만 사달라고 했다.  

 

무엇을 바랐을까...

회초리를 들면 잘못했다고 빌길 바랬을까?

그래서 앞으로는 부모에게 말을 조심하겠다는 응답을 받길 바랬을까?

아니면, 아이 말처럼 시키는 대로 예예하는 상황을 바란 것일까...

 

결국, 내가 겪었던 오래전 상황을 따라서 가장 쉬운 길을 가려했던 꼰대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그 날 이후 확실해진 것은,

아이가 무서워졌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나올지 모를 아이 앞에서 무기력해진 내가 무서워졌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내가 전혀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음으로만 아이를 사랑한다고 여기고,

어설픈 지식으로 아이를 '교육'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해 결국 회초리를 든,

그저 그런 아빠였다.

 

이제,

그날 일을 반성하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지만,

 

아이에게 나는 언제든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아빠라는 악마가 되었고,

아이와 나 사이엔 쉬이 건너지 못할, 지워지지 않을 강이 생긴 것 같다.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라는 자괴감과

앞으로 어떻게 다시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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