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迷惑/일상다반사

아파트 베란다 돼지 갈비 파티

미혹&Nomad 2017. 6. 7. 18:28

아파트 베란다 돼지 갈비 파티 (feat. 캠핑용 야자 숯 Palm Ball)

어제 6월 6일 현충일 휴무를 이용해 베란다에서 조용한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며칠동안 돼지갈비 노래를 부르던 와이프의 성화가 있었고, 딸아이의 친구 방문이 있었고, 때마침 비가 왔기 때문이다. 말 그래로 그 모든게 좋았던 탓이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베란다 바베큐 준비를 하기로 했다. 처음이었으나 캠핑 장비들이 있어서 특별히 준비할 것이나 큰 고민은 없었다. 단지 약간의 냄새와 연기가 다소 걱정되긴 했었으나 왠지 대충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오고 있어서 베란다 문을 열어놓은 이웃이 많지 않을 것이고, 연기는 평소 캠핑에 사용하는 야자숯을 이용하면 될 듯 싶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돼지갈비 한 팩과 소주, 야채, 그리고 야자숯 Palm Ball 을 사왔다. 이 Palm Ball은 일반 나무 숯과 달리 불 피우기가 쉽고, 은은한 불이 오래가는 대신 일부러 끄지 않고 그냥 두면 하얀 가루가 될 때까지 탄다. 뒷처리가 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착화탄 같은 불쏘시개의 도움 없이 토치로 1분이면 불을 붙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무래도 불쏘시개를 이용하게 되면 숯에 불이 붙을 때까지 연기가 많이 날 수밖에 없지만 이 숯은 연기가 거의 안난다. 

(요렇게 생겼다.)

캠핑용 테이블과 앉은뱅이 의자를 셋팅하고, 돼지갈비를 구웠다. 양념부분은 화로대에 양념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아무도 처음이다보니 연기가 날까봐 조심스러웠다. 

딸아이와 딸아이 친구는 간단히 요기를 때울 정도만 먹고 아이방으로 자기들끼로 놀러 갔으나, 와이프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던 것 같다. 아예 베란다에 상시 바베큐가 가능하도록 셋팅하고 싶어 했다. 와이프로 하고 싶은 일이 해 본 일 만큼보다 더 늘어 나고 있다.


비가 오고, 베란다 밖에 보이는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를 뒤덮은 초록 나뭇잎에 시원한 바람이 실려 들었다. 과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소주 한 병 주량을 훨씬 넘어 두병을 거의 다 마시고는 초저녁에 쇼파에서 잤다. 한없이 여유롭고 한가한 하루였다. 

일상의 소소하지만 끝없는 스트레스들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면 아주 달달한 행복이 찾아온다. 딸아이는 미뤄둔 숙제가 많겠지만 친구와 신나는 오후를 보냈고, 와이프는 끊임없는 다이어트에 힘겨워 했지만 원하던 베란다 바베큐라는 환경과 다행히 알맞게 구워지는 돼지 갈비를 맛있어 했고, 나는 그 모든게 좋았다. 비오는 창가와 선선한 바람과 알맞게 조용한 초저녁과 세 식구의 만족감이 얼큰한 취기와 그 모든 것이 용서되는 하루가 좋았다. 

최근 걱정거리이자 유일한 두려움인 임플란트 때문에 잠에서 깼다. 목이 말라서 깻지만 이유 없이 찾아든 임플란트 생각에 다시 잠들 지 못한 것이다. 유전과 오랜 흡연,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임이 분명한 치주질환으로 10여년 전 이미 임플란트를 하나 했고, 그 임플란트 시술 동안의 불쾌하고 힘든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치과와 더욱 멀리 살다보니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까까이 와있다. 하지만 아직도 당장 들어갈 돈 보다는 '치과'라는 엄청난 두려움으로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죽기밖에 더 하겠냐라는 마음을 먹고 치과 방문을 다짐하지만 막상 치과에 들어서기는 두려운 것이다.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앞니가 빠져야 어쩔 수 없이 가게되는게 아닌 지 모르겠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보고 싶은데, 꼭 마지막 10분 밖에 못 보고 있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와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있어서 만은 아니다. 나는 알쓸신잡, 차이나는 클라스, 어쩌다 어른 같은 프로가 좋다. "유시민 작가님이 나오면 프로의 격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라는 누군가의 댓글에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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